한국판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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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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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한 사내가 비밀 종교의식의 희생물이 될 뻔한 여성을 구한 뒤 이 종교집단의 수괴 연쇄살인마 블랙우드를 붙잡아 경찰에 넘긴다. 사형을 당한 블랙우드는 흑마술을 부린 듯 무덤에서 살아나 또다시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다. 하지만 과학적인 수사력과 끈질긴 집념으로 무장한 사내는 이에 굴하지 않고 마침내 악당의 덜미를 잡아 요절내는데 성공한다. 기다란 챙모자와 담배파이프, 그리고 족집게 과외선생처럼 사건의 단서를 신통방통하게 찾아내는 이 사내의 이름은 \'셜록 홈즈\'. 이름 앞에는 반드시 \'명탐정\'이라는 익숙한 수사가 붙는다.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을 통해 세상에 나온 셜록홈즈는 설핏 음침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 \'탐정\'이라는 직업을 양지로 끌어낸 일등공신이다. 탐정은 경찰이나 검찰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공적을 가로채는 달갑지 않은 경쟁자겠지만 공권력의 한계에 아쉬움을 느끼는 시민들에게는 \'맞춤형 민원\'을 해결하는 해결사로 인식될 만하다. 홈즈는 가상인물이지만 많은 나라들에서는 홈즈 못지않은 명탐정들이 활약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 등에서는 공인탐정, 민간조사원(PIA·Private Intelligence Administer) 등으로 불리며 합법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한 스타급 탐정이 TV프로그램에 나오는 게 이들 나라에서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탐정은 낯선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탐정이란 명함을 들고다니는 이들을 주변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일부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등의 직원들이 탐정을 자처하고 있지만 이들의 일의 태반은 기껏해야 의뢰자의 바람기 많은 배후자의 뒷조사를 하거나 옛날 애인의 주소 찾아주는 정도다. 왜 이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일까? 간단하다. 현행법이 탐정활동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 중 탐정 제도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탐정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존재한다. 특히나 최근들의 범죄가 다양화, 지능화되면서 기존의 치안력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틈새\'가 점차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눈길도 탐정에 쏠리고 있다. 탐정제도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이들이 주장은 크게 탐정이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국가수사기관의 수사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고 ▲음성화 된 사설조사 업무를 법적 테두리 내에서 양성화할 수 있으며 ▲은퇴한 고급 수사 인력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08년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간조사제도\'(일명 탐정) 도입을 위한 \'경비업법 개정안\'은 탐정을 합법화하기 위한 움직임 중 하나다. 탐정활동을 보장하는 소위 민간조사업법은 사실 지난 1999년 15대 국회 때부터 추진돼 왔다. 하지만 곧바로 난제가 등장했다. 민간조사업법이 발의되자 우선 지휘기관과 조사업무 영역에 대한 교통정리가 문제가 됐다. 법무부(검찰)와 경찰청(경찰)이 지휘기관을 맡겠다고 갈등을 빚었다. 검·경간의 해묵은 분쟁인 \'수사권 독립\'처럼 탐정업은 영역다툼으로도 전개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조사업무와 관련해서도 실종자 소재파악 수준 등 기초사실 조사로 한정할 지, 개인정보 접근 등에까지 권한을 확대할 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입법부에서는 탐정활동이 범죄해결 등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도청 등 사생활 침해라는 부정적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우세하다. 하지만 십여 년째 국회의원 발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조만간 민간조사제도 도입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은 농후하다. 법의 엄호를 받지는 못하지만 어찌됐든 탐정은 계속 배출되고 있다. 전문교육기관인 한국특수행정학회 대한민간조사협회와 일부대학 관련학과에서는 탐정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민간단체들이 탐정자격증을 부여하는 \'민간조사관\' 숫자도 수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는 활동하는 민간조사관은 대략 1500여명 안팎. 본격 탐정으로의 비상을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서울 동작경찰서 A형사는 \"은퇴한 고급 수사인력을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탐정의제도화에)찬성\"이라며 \"수십 년간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등 경찰의 수사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동경찰서 B형사는 \"심부름센터 등에서 불법적으로 이뤄지던 \'뒷조사\'가 국가수사기관의 관리 하에 합법적으로 운영됨으로써 불법 영업 행태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경찰서의 C형사는 \"권한이 한정될 경우 민간조사원의 업무성과가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라며 \"결국 전직 형사가 현직 후배 형사에게 손을 벌리는 식으로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광진경찰서 D형사는 \"자칫하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며 \"전문성과 도덕성을 두루 겸비한 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부는 제도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부작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의 수사권 지휘와 관련해 혼선을 빚거나 국가수사기관의 업무와 겹쳐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그러나 관리·감독만 잘 된다면 음성화된 조사업무를 양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wshi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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